오래 보아야 보이는 것 · The Slow Reveal
- COVALT420 편집국
- 7월 23일
- 2분 분량
최종 수정일: 7월 24일

우리는 그림을 ‘본다’고 말하지만, 대부분은 그림을 ‘지나친다’. 스크롤 한 번에 수백 장의 이미지가 흘러가는 시대에, 한 점의 작품 앞에 3초 이상 머무는 일은 이제 하나의 결심에 가깝다. COVALT420의 첫 번째 이슈는 바로 그 결심에 관한 이야기다.
이번 호에서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. 빠르게 소비되도록 만들어진 화면 안에서, 어떻게 하면 하나의 그림이 다시 ‘느리게’ 도착할 수 있을까. 디지털 아트는 무한히 복제되고 즉시 전송된다. 그러나 역설적으로, 바로 그 속도 때문에 우리는 ‘오래 보는 법’을 잃어버렸다.
‘오래 보아야 보이는 것’은 유달동의 어느 골목에서 시작된 연작이다. 흐릿한 저녁, 길을 찾으려 켠 지도 앱을 끄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풍경들. 작가는 그 장면을 ‘도착하지 못한 상태의 아름다움’이라고 불렀다.

어떤 그림은 도착하기 위해 보는 게 아니다. 길을 잃기 위해 본다- COCO
이 연작에서 이미지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. 색은 한 겹씩 늦게 도착하고, 형태는 관람자가 시선을 멈추었을 때에야 윤곽을 드러낸다. COVALT420이 ‘느린 공개(The Slow Reveal)’라는 이름을 이 이슈에 붙인 이유다.
두 번째 연작 ‘나비를 먼저 본 날’은 시선의 ‘순서’에 대한 실험이다. 우리는 무엇을 먼저 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읽어낸다. 얼굴을 먼저 본 사람과, 나비를 먼저 본 사람은 결국 다른 그림을 본 것이다

나는 얼굴보다 나비를 먼저 봤다. 그리고 그 순서가, 이 그림의 전부였다.— COCO
COVALT420은 매 이슈마다 한 점의 작품을 ‘느리게 읽는 법’을 함께 제안한다. 정답을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, 각자의 시선이 머무는 지점을 스스로 발견하도록.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갤러리의 역할이다 — 파는 곳이 아니라, 머무는 곳.

Editor’s Note
빠르게 흘러가는 이미지의 시대에, 우리는 한 점의 작품 앞에 오래 머무는 일을 이야기합니다.
이번 호가 당신의 하루에 고요한 여백으로 남기를 바랍니다. — COCO
이 이슈의 작품
이번 호의 작품은 모두 COVALT420 ‘2024 목포’ 연작입니다. 유달동의 골목과 목포대교의 저녁을,
오래 보아야 보이는 방식으로 담았습니다.


댓글